신작시

세상에 내편은 없다

운수재 2013. 8. 31. 10:33

 

 

세상에 내편은 없다

                                           임보

 

누가 그대의 친구인가?

누가 그대의 우군(友軍)인가?

목이 떨어져도 생사를 같이할 만한

문경지우(刎頸之友)*를 그대는 가졌는가?

그런 친구는 세상에 없다

 

내 몸을 세상에 내놓은 부모도

내 몸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내편이 아닐 수도 있다

친족 간에 소송이 걸리기도 하고

목숨까지 서로 엿보기도 하지 않던가?

 

고립무원(孤立無援)*!

세상은 적들의 소굴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세균들이

호시탐탐 우리의 육신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은밀히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랑하는 우군들이여!

이젠 그만 장전(裝塡)*을 풀도록 하자!

 

* 문경지우 : 서로를 위해서라면 목이 잘린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사이라는 뜻으로,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사이, 또는 그런 친구를 이르는 말.

* 고립무원 : 홀로 되어 도움을 받을 데가 없는 상태.

* 장전 : 총포에 탄알이나 화약을 재어 넣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