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제2의 베토벤
운수재
2014. 3. 9. 12:42
제2의 베토벤
임보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는
2008년 히로시마에서 열린 G8 하원의장회의 기념콘서트에서
초연된 뒤 18만 장의 CD가 팔려나간 유명한 곡이다
작곡자 사무라고치 마모루(佐村河內守, 51)는
원폭 피해자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작곡을 습득했고
35세에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 교향곡을 만들었다 하여
‘제2의 베토벤’이라고 세상은 그를 칭송했다
그러나 2014년 초 사무라코치는 세상에 고백했다
그의 이름으로 발표된 18년 동안의 20여 곡 작품들은
사실 그의 것이 아니라 한 가난한 대학 강사인
니가키 다카시(新垣隆, 44)의 것이라고 밝혔다
알고 봤더니 그는 청력을 잃은 귀머거리도 아니었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그를 영웅의 자리에서
파렴치한으로 끌어내렸다
그를 비방하는 소리가 온 지상에 끓어올랐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짜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름 있는 상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논문도 자서전도 조각도 그림도 소설도……
얼마나 많은 위작들이 기세를 떨치고 있는지 모른다
악성(樂聖) 베토벤의 후기 작품들도
어떤 가짜 베토벤의 손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문호(文豪) 섹스피어의 많은 작품들도
어떤 무명작가들에 의해 씌었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기사,
그것을 누가 만들었든, 진짜든 가짜든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