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내 집필실
운수재
2014. 8. 18. 09:04
내 집필실
임보
내 글 친구들은 멋스럽게 산다
오피스텔에 아담한 집필실을 만들기도 하고
수십 평의 화사한 연구실을 갖고 있기도 하고
전원에 별장을 두고 한가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
나도 집에 서재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쌓인 책들 사이에 컴을 올려놓을 자리가 마땅찮아
아예 거실 마루에서 죽치고 지낸다
이 공간이 집필실이며 때로는 응접실이다
세 식구에 찾아오는 손님도 없으니
크게 불편할 것도 없다
책들로 세 벽이 가려 있어 서재나 다름없고
뜰을 내다볼 수 있어 숨통이 트이는 자리다
나도 오피스텔 하나 얻어 나가볼까 하다가도
글 값도 못 버는 주제에 무슨 사치인가 싶어
그냥 이대로 버티기로 한다
그래서 내 글 속에는
주방의 된장국 냄새며
아내의 전화 사설이며
텔레비전의 소음이며
다 스며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