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독살/ 임보

운수재 2014. 9. 10. 07:34

 

 

 

 

 

독살

                                                        임보

 

 

개울에 들어가 맨손으로 송사리를 잡아 보았나요?

 

낚시에 미끼를 달아 두툼한 붕어를 낚아본 적이 있나요?

 

족대로 여울에서 메기나 동자개 등속의 잔고기들을 훌쳐 보았나요?

 

비오는 날 강물에 투망을 던져 번득이는 은어 떼를 건져 보았나요?

 

어로에 그물을 드리워 놓고 우럭이나 볼락 같은 바닷고기를 거두어 보았나요?

 

먼 바다에 나가 두 배의 고물에 쌍끌이그물을 매달아

망망한 대해를 온통 훑어보기라도 했나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 사냥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거죠?

 

네, 알려드리지요, 독살이라는 겁니다

독을 먹여 죽이는 그 독살이 아니라

간만의 차가 큰 연안에 돌멩이로 담장을 쳐 놓으면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썰물에 못 빠져나가고 웅덩이에 갇히게 되는데

구덕을 가지고 가서 주워 담기만 하면 되는 태고의 어법(漁法)이죠!

 

많이 잡았느냐고요?

그런데 아직 돌멩이 하나 쌓아 놓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으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