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이름에 관하여/ 임보

운수재 2015. 3. 3. 08:03

 

 

이름에 관하여

                                               임보

 

 

무릇 세상의 모든 이름은 소중합니다

그러니 이름을 잘 가져야 이름이 납니다

 

라인이나 센 강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 것은

규모나 풍치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이름이 곱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알프스나 남미의 안데스도

이름으로 한 몫 본 산들입니다

스위스나 스웨덴을 잘 아시지요?

이름이 복을 불러온 나라들입니다

 

소월(素月)이나 목월(木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것은

정식(廷湜)이나 영종(泳鍾)이란 본명보다

그 필명이 아름다운 때문입니다

(천상병이 천상길이란 이름을 가졌더라면

만년이 행복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름으로 대박을 친 기업도 있습니다

롯데입니다

베르테르의 매혹적인 연인 샬 롯데,

한 남자를 자살케 한 여인의 이름을 따다가

기업의 이름으로 삼다니!

그래서 롯데 앞에서는 다들 기를 못 펴고

죽고 못 사나 봅니다!

 

롯데제과, 롯데건설,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일본을 먹고, 한국을 먹고, 중국으로 뻗어가고 있는

공룡의 롯데그룹

잠실에 세워지는 123층의 롯데월드타워가

세상을 굽어보고 있질 않습니까?

 

야구장에서도 롯데자이언츠가 난리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얼마나 매혹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