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홍동백서 / 임보
홍동백서(紅東白西)/
임보
쓸데 없는 참견을 두고
‘남의 집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제사상에 음식을 진설하는 풍습이
지역과 집안에 따라 한결같지 않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맨 앞 줄의 과일을 어떤 순서로 늘어 놓느냐 이다
거야 ‘홍동백서(紅東白西)’라고 했으니
붉은 색 과일을 동쪽에 놓고
옅은 색의 과일은 서쪽에 놓으면 될 게 아닌가?
그러나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좌측을 동쪽으로, 우측을 서쪽으로 치지만
제사를 모시려 서 있는 후손 쪽에서 볼 것인가
신위가 계신 조상 쪽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동서의 방향이 정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동백서 과일 자리가 혼란스러운가 보다
그런데,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과 고기를 놓는 자리는
집안마다 일치하는 것 같다
이 때의 동과 서는 신위 쪽에서 보는 방위다
생선의 머리를 동쪽으로 향한다는 두동미서(頭東尾西)도 그렇다
좌포우혜(左脯友醯)
포와 식혜의 자리도 혼란이 없다
제사를 모시는 쪽에서 봐서 왼쪽이 포, 오른쪽이 식혜다
옛 어른들이 방위의 기준을 둘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신위의 쪽에서는 ‘동서’로, 모시는 쪽에서는 ‘좌우’로 말이다
그러니 홍동백서는 신위의 쪽에서 보는 방위이니
붉은 과일을 신위가 보기에 좌측부터 놓아야 할 것 같다
또한 조율이시(棗栗梨柿)의 순서를 놓고 설왕설래한다
감이 배보다 붉으니 조율시이(棗栗柿梨)로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감을 먼저 놔라 배를 먼저 놔라’한다는
속담이 생겼는가 보다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맛있는 음식부터 가까이 놓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조상님들 제례법도가 추상같이 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