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홍동백서 / 임보

운수재 2016. 2. 11. 12:08

 

홍동백서(紅東白西)/

                                          임보

 


쓸데 없는 참견을 두고

남의 집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제사상에 음식을 진설하는 풍습이

지역과 집안에 따라 한결같지 않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맨 앞 줄의 과일을 어떤 순서로 늘어 놓느냐 이다

거야 홍동백서(紅東白西)’라고 했으니

붉은 색 과일을 동쪽에 놓고

옅은 색의 과일은 서쪽에 놓으면 될 게 아닌가?

 

그러나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좌측을 동쪽으로, 우측을 서쪽으로 치지만

제사를 모시려 서 있는 후손 쪽에서 볼 것인가

신위가 계신 조상 쪽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동서의 방향이 정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동백서 과일 자리가 혼란스러운가 보다

 

그런데,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과 고기를 놓는 자리는

집안마다 일치하는 것 같다

이 때의 동과 서는 신위 쪽에서 보는 방위다

생선의 머리를 동쪽으로 향한다는 두동미서(頭東尾西)도 그렇다

 

좌포우혜(左脯友醯)

포와 식혜의 자리도 혼란이 없다

제사를 모시는 쪽에서 봐서 왼쪽이 포, 오른쪽이 식혜다

 

옛 어른들이 방위의 기준을 둘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신위의 쪽에서는 동서, 모시는 쪽에서는 좌우로 말이다

그러니 홍동백서는 신위의 쪽에서 보는 방위이니

붉은 과일을 신위가 보기에 좌측부터 놓아야 할 것 같다

 

또한 조율이시(棗栗梨柿)의 순서를 놓고 설왕설래한다

감이 배보다 붉으니 조율시이(棗栗柿梨)로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감을 먼저 놔라 배를 먼저 놔라한다는

속담이 생겼는가 보다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맛있는 음식부터 가까이 놓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 조상님들 제례법도가 추상같이 엄하기도 했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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