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참 알 수 없다 / 임보

운수재 2016. 4. 27. 06:20

 


참 알 수 없다

                                            임보 

 


친구들에게 구걸하여 막걸리나 마시며

폐인처럼 굴러다니다 떠난 천상병 시인은

몇 편의 작품을 안 남겼는데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공원도 생기고

문학상도 제정 되고

기념사업회도 만들어지고

 

그런데 그와 함께 살았던 당대의 시인들

문단에서 떵떵거리며 문명을 날렸던

소위 잘 나갔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챙겨주는 이 없이

세상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억지로 이름을 좇는 일이

무상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을 열심히 써야 할 것인지

술을 열심히 마셔야 할 것인지

무엇이 길인지

도통 헷갈리는 석양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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