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상추의 상처 / 임보

운수재 2016. 7. 22. 06:59

 



상추의 상처

                                         임보 

 

쇤 상춧대를 뽑아내고

빈 자리에 심을 씨앗을 사러 간다

 

아욱, 근대, 쑥갓, 열무…… 무얼 심지?

아내가 따라오면서 내게 묻는다

 

당신 좋아하는 상추 다시 심지 뭐!”

 

나의 대답에

아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반응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보아하니 토라졌다

 

뭘 내가 잘못했나?

견디다 못한 내가

왜 그래?” 하고 묻는다

 

내가 뭐 상추를 좋아해 먹은 줄 아세요?

남는 게 아까워 치우려 먹은 거지!”

 

서너 장의 상추를 겹으로 싸서

입이 찢어지게 넣던 아내를 떠올린다

 

반 세기 넘게 함께 살면서도

아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여직 모르다니!

 

상처를 입을 만도 하다

그래, 토라질 만도 하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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