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근황 / 임보

운수재 2016. 8. 3. 09:34

 

근황

                                                            임보 

 

내 젊은 날

원로들께서 쓰신 시를 읽으며

신변잡기 같은 그런 사소한 얘기를 왜 쓰시나 하고

속으로 의아해 했었는데

요즘 내 글 쓰는 꼴을 보니 어느덧 닮아 있다

 

빳빳한 생각이며

휘청거리는 느낌이며

화사한 수식이며

흥겨운 가락이며

다 떠나고 없다

 

그러니

내 쓰는 글도 그냥 신변타령,

나이 들어 어쩌다 보니

나도 어느덧 선배들의 경지에 이른 모양이다

 

세상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시를 붙들고

생각을 깊이해서 무얼 하지?

말을 꾸며서 어디에 쓰지?

아마도

그런 게으름에 빠진 것인가?

 

그래서 나는 요즘

시를 생각하는 것보다

술잔 들여다보는 일에

더 마음이 팔려 있으니

 

시여!

따라오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지 말라!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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