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세상의 끝---산상문답6 / 임보
운수재
2017. 1. 17. 05:07
세상의 끝
―산상문답․6
임보
[물음]
어떤 이는 세상의 끝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세상의 끝이 없다고 이르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 우주의 지붕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요?
[대답]
끝이 있다고 해도 의문스럽고
끝이 없다고 해도 석연치 않구나
끝이 있다면 그 끝의 밖은 무엇이며
끝이 없다면 그 무궁(無窮)을 어찌한단 말이냐?
그러니 끝이 있어도 모순이고
끝이 없어도 곤혹스럽구나
그러나 시작과 끝을 두는 일은
지상의 좁은 지혜에 속할 뿐이다
한 마리 개미가 장강(長江)의 머리와 꼬리를 가늠할 수 없듯이
사람들의 자[尺]로 망망한 우주의 틀을 잴 수는 없다
시작도 끝도 없으면서
늘 시작이며 늘 끝이기도 한
모든 것을 다 가지면서
아무 것도 담고 있지 않은 현현한 세상을
어찌 알 수 있겠느냐?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네게 주어진 눈으로만 보고
네게 주어진 귀로만 들으며
그렇게 순응해 사는 일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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