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상문답 11 <업(業)> / 임보
업(業)
―산상문답․11
임보
[물음]
어떤 자는 농부로,
어떤 자는 상인(商人)으로,
어떤 자는 교육자로,
또 어떤 자는 정치가로 살아들 갑니다.
어느 업(業)이 가장 지혜로운 것인지요?
[대답]
농사라고 하는 것은 만백성들이 일용할 양식을 생산해 내는 일이니 이 얼마나 소중한 업이냐. 장사 또한 사람들이 요긴히 쓰고자 하는 물건들을 공급해 주는 행위이니 고맙지 않을 수 없구나. 장차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이를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미래의 운명이 달린 막중한 과업이요, 나라의 살림을 맡아 하는 정치가 얼마나 중대사인가는 더 말할 나위도 없겠구나. 세상의 모든 일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일들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로구나. 세상에는 게으름뱅이 농사꾼도 있고 모리배 상인들도 적지 않다. 사이비 교육자도 없지 않고 권모술수의 정치꾼들 또한 얼마나 많으냐. 정승의 자리에 있어도 그 하는 일이 사리(私利)에 기울면 짐승과 다를 바 없고, 농부가 밭에 있어도 그 하는 일이 인(仁)에 기울면 성인(聖人)과 멀지 않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앞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더 마음을 쓰도록 하라. 삶의 의미는 많이 모으는 데 있지 않고, 가진 것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자는 소인이고, 남과 더불어 쓰는 이는 대인이다. 네가 무엇을 하든 대인의 길을 걸으면 세상을 다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