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 시선
[스크랩] 민달팽이 / 임보
운수재
2017. 3. 11. 08:13
민달팽이
임보
달팽이는 자신의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느림보다
동작이 뜨기 때문에 아예 집을 데불고 다닌지 모른다
캠핑카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달팽이 족속 같다
그런데 집을 버리고 맨몸으로 다니는 민달팽이도 있다
마치 나신으로 순례의 길을 가는 라마승 같아 민망도 하다
왜 저놈은 집을 버리고 살아간단 말인가?
하기사 민달팽이처럼 집을 버린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공원의 벤치나 지하도에 뒹굴고 있는
저 자유의 노숙자들이 그렇지 않은가
누가 민달팽이에게 왜 집을 버렸는가 물어본다면
천하가 다 내 집이거늘 왜 그 작은 집을 고집한단 말인가
라고 대꾸하려다 그만 둘지도 모른다
저 벌거숭이 순례자
무욕의 도인(道人)
어디를 가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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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의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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