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이름 / 임보

운수재 2017. 8. 3. 05:03



이름

                                                임보

 


야생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어

외진 곳으로 들꽃 탐방을 다니기도 하고

희귀한 식물들을 인터넷에 소개하며 즐긴다

 

내 뜰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도 꽤 많지만

나는 그 풀들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놈들에게 너무 무관심한가 보다

 

그런데 내가 익히 알고 있던 한 풀의 이름을

오늘 아침 문득 잊어먹고 답답하여

한동안 그놈 앞에서 망연히 서 있었다

 

들깻잎과 비슷한 모양의 잎을 가진 그놈

들깻잎보다 더 자극적인 냄새를 지닌 그놈

생선의 비린내를 잡는 조미재이기도 한 그놈

 

요즘은 식물의 이름을 일러주는 앱이 있어서

스파트폰으로 잡으면 금방 알 수 있다는데

내 폰은 아직 그런 기능을 못 가졌다

 

잊어버린 그 풀의 이름을 되찾은 것은

한 서너 시간쯤 헤매고 난 뒤

밖에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문득 떠올랐다

 

방아!’

 

그놈 이름이 방아절구든 내게 무슨 상관인가?

그놈 이름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문제될 것 없는데

그놈의 이름에 걸려 몇 시간 곤욕을 치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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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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