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씨들의 길 / 임보
운수재
2017. 9. 16. 10:17
씨들의 길
임보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그들의 자손인 씨가 여물게 되면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해
바깥 세상으로 내보낸다
어떤 놈은 흘러가는 물의 힘을 빌기도 하고
어떤 놈은 동물들의 몸을 이용하기도 한다
동물들의 몸에 붙어 옮겨지는 놈도 있지만
대개는 맛있는 열매를 빚어
동물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씨를 옮긴다
그런데 이들과는 달리
환상적인 방법으로 씨를 떠나보내는 낭만파도 있다
씨앗에 깃을 달아 바람에 날려보내는
저 민들레나 엉겅퀴, 하수오, 박주가리들의
눈부신 활공을 보시라
바람의 갈기를 붙들고
허공에 길을 내고 있는 족속들
우화등선(羽化登仙)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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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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