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나는 시를 / 임보

운수재 2017. 10. 4. 06:31


나는 시를

                                                             임보

 


요사이 임보가 끼적거리고 있는

그런 글들이 무슨 시냐고

비아냥대는 분들이 없지 않음을 안다

 

술 얘기, 마누라쟁이 얘기, 친구며, 이웃들의

잡다한 일상사를 그냥 갈겨대는 것이

무슨 시냐고 말이다

 

맞는 말씀이다

내가 요즘 지껄이는 시라는 것들이

무슨 명분도 실속도 없는 허접한 잡소리다

 

그렇지만 한 가지 물어보자

시가 꼭 거대담론이어야 하는가?

역사와 우주를 꿰뚫는

몽매한 인류를 일깨우는

무슨 금과옥조의 계명이라도 되어야 하는가?

 

그대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대는 그렇게 거대한 시를 쓰시라

시를 신성히 받들어

상전으로 모실 분은 그렇게 하시라

 

나는 시를 그냥 벗으로 사귄다

벗이기보다도 차라리 하인

아니, 종으로 부린다

 

말하자면, 나는

투정이나 욕 대신

시로 갈겨댄다

 

 ============================================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