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칼의 우화 / 임보

운수재 2018. 3. 31. 10:00



칼의 우화

                                                    임보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부잣집이 있었는데

그 집의 맏아들이 골목대장 불량배였다

 

긴 칼을 허리에 차고 거들먹거리며

온 동네를 주름잡고 다녔다

 

어느 집에 가서는 담장이 높다며

안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낮추라고 을렀고

 

또 어느 집에 가서는 수레가 너무 많으니

통행세를 내야 한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아니꼽다고 수근거렸지만

힘이 없으니 맞서지도 못하고 기죽어 지냈다

 

그런데,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한 깡돌이가

어느 날 화덕을 만들어 풀무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웃사람들이 뭘 하려는가 물으니

자기도 칼을 벼려 칼과 맞서겠노라 했다

 

골목대장 칼잡이가 깡돌이를 보고 노발대발했다

그만두지 않으며 불을 질러 버리겠다고 겁박했다

 

너는 칼을 가지면서 왜 나는 못 갖게 하는가?

너도 버리면 나도 안 만들겠다! 깡돌이가 대들었다

 

깡패 칼잡이가 어찌 들을 리가 있겠는가?

칼을 휘두르며 끓어오르는 화덕을 무너뜨리자

 

깡돌이가 부젓가락으로

칼잡이의 눈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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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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