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불이선란 / 임보

운수재 2018. 6. 7. 10:32



불이선란(不二禪蘭)

                                                     임보

 


추사(秋史)의 난화(蘭畵) ‘불이선란

그림보다는 그 화제(畵題)로 더 유명하다

 

그는 화가가 아니라 서예가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최근 한 젊은 미술사가*

화제의 기존 해석들이 오류라고 지적했다

 

부작란화이십년(不作蘭花二十年)’

부정란화이십년(不正蘭花二十年)’의 오독

의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20이 아니라

엉터리 과 함께한 20의 뜻이고,

 

시위달준(始爲達俊)’

비위달준(妃爲達*)’의 오독

처음에 달준이라는 사람을 위해 그렸다가 아니라

왕비로 하여금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하라의 의미로 풀었다

 

기존의 해석이 맞든

새로운 해석이 맞든

추사는 왜 글씨를 그렇게 헷갈리게 썼을까?

세상이 너무 무식한 걸까?

세상을 농락하겠다는 의도가 혹 있었을까?

 

오늘의 시라는 글도

세상을 그렇게 헷갈리게 한다면?

 

좋은 글일 수 없다!

 

 

* 추사난화를 펴낸 이성현 미술사가.

* ‘의 한자는 변이 없는 글자임.

 

(문학과 창작 201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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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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