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저놈의 차(車)가 / 임보

운수재 2018. 9. 28. 09:29



저놈의 차()

                                            임보

 


저놈 때문에

세상이 이처럼 번거로워졌다

 

저놈 때문에

사통오달 넓은 길을 뚫어

세상이 좁아지고 각박해졌다

 

두 발로 겨우 몇 동네 어정거리며

한가롭게 살던 사람들이

하루에 몇 천리를 헤집고 다니는

복잡한 세상이 되었다

 

생선을 먹고 싶으면 바닷가에 살면 되고

쌀밥을 먹고 싶으면 들판에 살면 될 것을

차로 날라다 주니

앉은자리에서 생선도 쌀밥도 먹으니 좋다고?

 

그 대신

우리가 치러야 하는 것은

온종일 흘려야 하는 땀과 피다

 

전에는 배는 좀 고팠어도

그늘나무 밑에서 낮잠이라도 걸치면서

빈둥대며 지낼 수도 있었는데

 

저놈의 차가

한가한 삶 번거롭게 헤집어놓고

맑은 세상 다 흐려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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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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