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시인의 등급
운수재
2019. 6. 3. 16:15
시인의 등급
임보
바둑엔 급과 단이 있고
골프엔 핸디가 있으며
당구에도 급수가 있는데
시를 쓰는 시인에게도
등급을 매길 수 없을까?
하기사 시는 게임이 아니니까
그건 쉽지 않겠지만
공무원에도 급수가 있고
군대에서도 계급이 있듯이
급수를 매길 수는 없을까?
그런데 무엇으로 급수를 매긴다?
작품을 얼마나 많이 썼는가로?
등단년도가 얼마나 빠른가로?
감투를 얼마나 많이 썼는가로?
시는 저울로 달 수도 없고
자로 잴 수도 없으니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기 애매하여
시인의 급을 따지기가 참 막막하다
호일당(好日堂)*은 생존시에
스스로를 시의 9단이라고 칭하며
호쾌하게 살다 갔지만
등단한 지 이미 반 세기가 넘었고
수십 권의 시집을 출간한 바는 있지만
세상이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는 걸 보면
임보는 아직도 승단하긴 그른 것 같다!
* 호일당 : 박희진(1931~2015) 시인의 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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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창작 2019-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