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우리 집 건달

운수재 2020. 7. 14. 07:20

우리 집 건달

임보

 

 

아내가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다

잠옷 바람에 장갑만 끼고 호미로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모자도 수건도 걸치지 않고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노동을 하고 있다

 

80을 넘어선 저 노파

교회에서는 노인대학 부학장을 지냈고

학사 출신의 엘리트 권사님인데

우리 집에선 부엌데기요 상머슴이다

 

허리 아프다는 핑계로 지켜보고만 있는 나는

그만 해! 그만 해!”말로만 그러는데

아내는 풀이 잘 뽑히니 재미있다며

그만 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호박이며 오이며 가지며 고추며 들깨며 상추며

한창 나팔을 불어대고 있는 능소와도

저 건달! 저 건달!”

나를 보고 삿대질하며 깔깔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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