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호칭에 관하여
‘스님’의 호칭에 관하여
임 보(林步)
일찍이 만해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고 했지만, 근래 ‘님’을 붙여 대상을 높이고자 하는 어법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해님’ ‘달님’ ‘별님’ 등 천체의 이름에 붙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자녀를 높여 ‘아드님’ ‘따님’이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이러다간 상대방의 애완동물을 지칭할 때도 님이 등장하는 날이 혹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요즘 승려가 자신의 법명(法名) 뒤에 ‘스님’을 붙여 자신이 승려임을 드러내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별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스님’을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승려가 자신의 스승을 일컫는 말.
2) 승려를 높여서 일컫는 말.
‘스님’은 ‘승(僧)님’이 변해서 된 말이니 ‘승려님’이나 같은 말이다. 그러니 이 호칭은 일반인이 승려를 높여서 이르는 말이지 승려 자신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승려가 자신을 지칭할 때는 ‘소승(小僧)’ ‘빈승(貧僧)’ ‘졸승(拙僧)’ 등 겸손한 표현을 쓴다.
일반인들도 자신을 지칭할 때는 소인(小人) 소생(小生) 졸자(拙者)라는 겸손한 표현을 쓰지 않던가. 임금까지도 자신을 이를 때는 과인(寡人)이라고 겸손하게 이른다. 서양의 영어권에서 자신을 일컫는 말 ‘아이(I)’를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로 쓰는 것과는 상반된 풍습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관습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지 않던가?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들에게 자신을 일컬어 ‘선생님’이라고 한 것은 존댓말을 가르치려는 교육적인 의도로 보인다. 대학의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을 일컬어 ‘교수님’이라고 자칭하지는 않는다.
직장의 상사가 자신을 가리켜 ‘과장님’ 혹은 ‘국장님’ 한다면 어울리겠는가? 아마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교회나 성당의 성직자가 자신을 지칭하여 ‘00목사님’‘00신부님’ 같은 호칭을 쓴다면 이 또한 자연스러울 리 없다.
자신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불도의 수행자임을 밝히고자 한 것이라면 ‘아무개 승려’ 혹은 ‘승려 아무개’로 쓰면 무방할 것 같다. 그냥 소박하게 ‘중 아무개’라고 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스님 한 분이 내려오신다.
회색의 승복
늘어진 소매가 출렁출렁
목탁을 울리며
산길을 내려오신다.
밀짚모자에 흰 고무신
빈 바랑에
깊은 눈빛
푸른 산이 그렁그렁
따라 내려오신다.
―졸시 「하산(下山)」
글이 너무 짧아 허전한 느낌이 들어 시 한 토막을 얹어 기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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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21> 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