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자연학교

이렇게 있다

운수재 2006. 1. 22. 20:23

 

-------<괴산의 왕소나무>


이렇게 있다



그대는 없다고 말한다

햇볕에 반짝이는 저 은사시나무의 고운 이파리도

그것들을 달고 있는 저 부챗살처럼 탄력 있는 줄기도

그것이 깊이 뿌리내린 저 튼튼한 푸른 언덕도

그리고 그것들이 떠받치는 저 우람한 산맥들도

그 산 위의 구름도

비어 있는 하늘처럼 모두 없다고 한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향내도 없다고 한다

그것을 말하는 너도 없고

그것을 듣는 나도 없다고 한다

있는 것은 다 없고

없는 것도 또한 없다고 한다

아 그러나

눈부신 이 하루, 지금

이들은 다 내 앞에 이렇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