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자연학교

아름다운 다리들

운수재 2006. 1. 31. 10:31



아름다운 다리들



무어라고 조잘대며 계단을 오르는
연어의 등처럼 맑고 푸른
소녀들의 다리는 싱그럽다

준마(駿馬)의 그것처럼 곧고 탄력 있는
육상선수들의 구릿빛 다리들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수정 종유석처럼 물 속에서 솟아오른
수중 발레리나들의 상아빛 다리는
너무 눈이 부시다

그늘 밑 벤치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중년 여인의 우아하게 포개진 다리
그것은 바로 평화다

사막을 달리는 타조나 낙타
높은 산 바위 위의 산양
춤추는 붉은 홍학
투명한 푸른 여치
이들의 다리도 얼마나 황홀한가

다리가 그처럼 아름다운 까닭은
그들이 있는 자리가
받들림을 받는 곳이 아니라
받드는 곳이기 때문임을
뒤늦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