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도를 찾는 삶 6-10 / 임보

운수재 2006. 3. 30. 22:07

[채근시] 도를 찾는 삶 6-10 임보

 

6

옛사람의 하찮은 글들이 새로운 참 문장(文章)을 죽이고

세속의 요염한 가무(歌舞)가 한 가닥의 참 풍류(風流)를 막는다.



* 우리의 마음속에는 진실하고 아름다운 생각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좋은 생각들이 옛 사람들이 남겨 놓은 하찮은 글들에 눌려

  세상에 드러날 기회를 놓치는 수가 없지 않다.

  또한 우리는 좋은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세속의 요염한 가무에 눌려 우리가 지닌 참 풍류를 누릴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내면에는 참되고 아름다운 생각과 정서가 있다.

  그런데 외물들에 눌려 그 진가를 드러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7

가득 차면 깨뜨려지는 벙어리저금통이여,

그래서 군자(君子)는 늘 비어 있다.



* 지상의 모든 사물은 다 시한이 있다.

  채워짐으로 그 시한은 끝난다.

  동전으로 가득 찬 벙어리저금통이 깨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군자는 늘 비어있음으로 자신을 지킨다.




8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바깥 도적이고, 정욕(情欲) 의식(意識)은 안 도적이다

주인인 마음이 늘 깨어 있으면 도적도 변하여 집안사람이 된다.



* 신체 외부에 달려있는 이목구비의 오감은 사물을 보면 갖고자 하는 욕심을 일으킨다.

  한편 정욕이나 의식 같은 내부의 심리상태도 우리를 움직인다.

  마음의 줏대가 튼실치 못한 사람은 이런 외부나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욕망에 헐리게 된다.

  그러니 자신을 망치는 도적은 남이기보다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주인이 건실하면 감각이나 정욕 의식들을 다 자신에게 이롭게 운용할 수 있다.




9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고 투철하면 마음의 참바탕을 보며

한가로운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기틀을 안다.



* 주위가 고요하면 여러 잡념이 일기 쉽고,

  하는 일이 없이 한가하면 흥미로운 일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이 일기 쉽다.

  그런데 마음의 참바탕과 참기틀을 지닌 이는 고요한 가운데도 생각을 맑게 갖고,

  한가한 때를 맞아도 기상이 흔들리지 않는다.




10

고요한 곳에서 고요한 마음을 지키는 것보다

소란한 곳에서 고요한 마음을 지켜야 하고

즐거운 곳에서 즐거운 마음을 지니는 것보다

괴로운 곳에서 즐거운 마음을 지녀야 한다.



* 시끄러운 시중보다는 조용한 산중에 들어가서 마음의 수양을 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그래서 많은 사찰들이 깊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즐거운 자리에서 즐거워하고 괴로운 자리에서 괴로워하는 것은 보통사람의 상정이다.

  그러나 수양이 된 이는 소란한 저자에서도 마음을 고요히 다스릴 수 있고,

  괴로운 장소에서도 괴로운 마음을 벗어날 수 있다.

  환경과 상황에 구애됨이 없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