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장닭설법

단야루 / 임보

운수재 2006. 8.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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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야루(丹若樓)  /  임보

전라북도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에 『碧骨塔(벽골탑)』이라는 석비가 서 있다.
한자의 의미를 맞춰보면 '푸른 뼈의 탑'이니 무슨 뼈무덤을 연상케도 하지만 사실은 뼈와는 거리가 멀다.
'碧(벽)'은 '벼[稻]', '骨(골)'은 '고을[州]'의 의음(擬音)으로 벼가 많이 생산되는 고장―'볏고을'을 한자로 그렇게 표기한 것이다.
옛날 이곳에는 만경의 들녘에 물을 공급하는 『벽골제(碧骨堤)』라는 큰 저수지가 있었다. 그 저수지의 뚝[堤] 일부를 복원하고 이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이 기념비 곁에 『단야루』라는 이름의 누각이 덩그렇게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설화가 적혀 있다.

신라 제38대 원성왕 때의 일이다.
왕은 원덕랑이라는 화랑을 보내 벽골제를 보수케 했다.
원덕은 김제 태수의 집에 머물면서 공사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태수에게는 단야(丹若)라는 고운 딸이 있었다.
그 단야가 원덕랑을 사모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물의 공사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는 용추(龍湫)에 산 제물을 바쳐 용의 노여움을 달래야 한다는 풍습에 따라 제물될 아가씨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 무렵 월내라는 원덕랑의 약혼녀가 멀리 서라벌에서 찾아온다.
그러자 태수는 딸을 위해 월내를 몰래 보쌈하여 제물로 바칠 것을 음모한다.
아버지의 이러한 계략을 눈치챈 단야는 고심 끝에 자신이 제물이 될 것을 결심한다.
그것이 아버지를 살인의 죄로부터 구하는 효(孝)이며
또한 사랑하는 원덕랑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판단해서이다.
그리하여 보쌈이 행해지는 날 밤 단야는 아버지 몰래 월내의 방에 뛰어들어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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