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장닭설법
계림 / 임보
운수재
2006. 9. 3. 07:56
계림(桂林) / 임보
화남(華南)의 계림(桂林)은 중국에서도 산수(山水)의 명승(名勝)으로 꼽힌다.
우리 진안(鎭安)의 저 마이쌍봉(馬耳雙峰) 같은 석산(石山)들이 수만 개가 솟아 있다.
어떤 놈은 이제 막 돋아난 대밭의 죽순처럼 뾰족하기도 하고
어떤 놈은 어린 사슴의 뿔처럼 보송보송 부드럽게도 보인다.
또 어떤 놈은 약대의 등처럼 굽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놈은 늑대의 이빨처럼 사납기도 하다.
탑 같은 노적가리 같은 말의 갈기 같은 코끼리 다리 같은
기기묘묘 천태만상의 군봉들이 늘어서 있다.
이 기봉(奇峰)들 사이를 맑은 이강( 江)이 굽이굽이 흘러 천하절경을 이룬다.
이강에 배를 띄워 물 속의 산그림자를 깔고 앉아
도화죽림(桃花竹林)을 완상하며 삼화백주(三花白酒)*라도 기울이고 있노라면
예가 바로 선경(仙境)이 아닐런가.
게다가 장족(壯族)의 어린 딸이라도 하나 얻어 죽금(竹琴)이라도 울린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이리라.
이놈의 수만 기봉들이 애초에는 바다 밑의 평평한 땅이던 것인데,
3억 년 동안 솟아올라 서서히 저 모양들을 갖춘 것이라고 하니
조화옹의 멀고도 큰 손 참 아득도 하다.
인생 70, 이 낮고도 낮은 키 어디다 세운단 말인가.
* 삼화백주 : 세 종류의 계수나무꽃을 넣어 만든다는 계림 특산의 백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