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가시연꽃

운수재 2006. 9. 20. 07:56


 


가시연꽃 /    임보



가시연은 맷방석 같은 넓은 잎을 못 위에 띄우고
그 밑에 매달려 산다.
잎이 집이며, 옷이며, 방패며 또한 문이다.
저 연못 속의 운수행각, 유유자적의 떠돌이
그러나 허약한 놈이라고 그를 깔봐서는 안 된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잎과 줄기에 감춰둔 사나운 가시에 찔려
한 보름쯤 앓게 되리라,
그가 얼마나 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는
꽃을 피울 때 보면 안다.
자신의 육신인 두터운 잎을 스스로 찢어
창으로 뚫고 올라온 저 가시투성이의 꽃대,
그 끝에 매달린 눈 시린 보라색, 등대의 불빛
누구의 길을 밝히려
굳은 성문을 열고
저리도 아프게 내다보는가.




자연과 시의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