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연꽃 / 임보
가시연은 맷방석 같은 넓은 잎을 못 위에 띄우고 그 밑에 매달려 산다. 잎이 집이며, 옷이며, 방패며 또한 문이다. 저 연못 속의 운수행각, 유유자적의 떠돌이 그러나 허약한 놈이라고 그를 깔봐서는 안 된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잎과 줄기에 감춰둔 사나운 가시에 찔려 한 보름쯤 앓게 되리라, 그가 얼마나 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는 꽃을 피울 때 보면 안다. 자신의 육신인 두터운 잎을 스스로 찢어 창으로 뚫고 올라온 저 가시투성이의 꽃대, 그 끝에 매달린 눈 시린 보라색, 등대의 불빛 누구의 길을 밝히려 굳은 성문을 열고 저리도 아프게 내다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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