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과주(露果酒) / 임보
몇 천 년 묵은
모과나무 머루덩굴 옥매화 등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듬성듬성 그늘 밑엔
돌자리들이 놓여 있고
아름드리 질그릇 독이
즐비하게 묻혀 있다
길 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며
피리를 불다가 목이 마르면
젓대를 독 안에 꽂고
연두색 액체를 빨아 마신다
노과주(露果酒)라는 술이다
곡우절에 내린 맑은 빗물을 받았다가
익은 과일들로 빚은 것인데
오래 된 것은 몇 백 년이 넘는 것도 있어서
동이마다 그 맛과 향기가 다 다르다
술을 좋아하는 자는
하루에 한 마장을 걷기도 힘들다
이 고을엔 술의 향기가 온 골짝에 스며
공중을 나는 들새들의 얼굴도
불그스레하다.

From : 219.250.65.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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