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노과주 / 임보

운수재 2006. 10. 13. 06:00

 

 

노과주(露果酒)  /  임보


몇 천 년 묵은

모과나무 머루덩굴 옥매화 등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듬성듬성 그늘 밑엔

돌자리들이 놓여 있고

아름드리 질그릇 독이

즐비하게 묻혀 있다

길 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며

피리를 불다가 목이 마르면

젓대를 독 안에 꽂고

연두색 액체를 빨아 마신다

노과주(露果酒)라는 술이다

곡우절에 내린 맑은 빗물을 받았다가

익은 과일들로 빚은 것인데

오래 된 것은 몇 백 년이 넘는 것도 있어서

동이마다 그 맛과 향기가 다 다르다

술을 좋아하는 자는

하루에 한 마장을 걷기도 힘들다

이 고을엔 술의 향기가 온 골짝에 스며

공중을 나는 들새들의 얼굴도

불그스레하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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