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보복 세상에 대한 보복 임보 세상이 그대를 알아주지 않던가? 그러면 그들에게 이렇게 복수하라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는 용기와 지혜를 주고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안식과 기쁨을 주는 그런 불후의 명작을 한 편 만들라, 그리하여 어리석은 비평가들의 눈을 영원히 멀게 하고 안목 없는 출판사들에겐 ..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10.01.09
세상을 밀고 가는 그늘 세상을 밀고 가는 그늘 임보 병든 사람들이 없으면 병원은 문을 닫고 의사들은 망하리라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방서는 헐리고 소방관들은 옷을 벗으리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무기는 녹이 슬고 군대는 해산하리라 범법자가 서서히 없어지면 검사도 판사도 맥을 못 쓰리라 사기꾼들 때문에 변..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10.01.05
뚜쟁이 짓을 하지 말라 뚜쟁이 짓을 하지 말라 임보 사람들아, 큰 열매를 얻겠다고 벌들이 하는 일을 빼앗아 인공수분을 하지 말라 그러면 장차 꽃들은 향기와 고운 빛깔을 다 버리고 말 것이니 사람들은 삭막한 과수원에 매달리다 드디어 지쳐 쓰러지고 말리라 어리석은 사람들아, 부화를 더 많이 시키겠다고 연어의 배들을..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10.01.02
명분이 없다고? 명분이 없다고? 임보 부시가 이락을 침공할 때 세계는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명분은 없다 오늘 아침 네 식탁을 보라 어디서 노획한 전리품들인가 식물의 씨앗이며 동물의 살코기 날짐승의 알에 물고기의 몸뚱이… 그대의 식탁은 명분이 있는가? 기..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09.12.31
젖은 신문을 말린다 젖은 신문을 말린다 임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려다가 젖은 신문 뭉치를 본다 종이박스에 넣어 현관 밖에 내놓았던 것이 지난밤 내린 비에 흠뻑 젖었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한참 들여다본다 빗물에 익사한 활자와 영상들이 측은하다 박스 안에서 들어내 한 장씩 펼쳐 놓는다 현관의 계단에서부터 베..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09.12.28
당신의 가치 당신의 가치 임보 한 사내를 굴리는 것은 여인들의 젖통이고 한 나라를 굴리는 것은 간신배들의 권모술수다 갈채에 싸인 유명한 인물들? 천하를 농치는 아첨과 비굴 지상을 움직이는 것은 모두 속물들의 힘이다 그래도 아직 세상이 덜 무너진 것은 멍청한 당신이 버티고 있기 때문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09.12.26
짓밟고 올라서라 짓밟고 올라서라 임보 내가 마신 한 컵의 음료수 오늘 아침 내가 씹어 삼킨 밥과 반찬 그리고 온종일 땀 흘려 얻은 몇 푼의 급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투쟁해 얻은 전리품이다 한 국회의원의 가슴에 매달린 번쩍이는 금뱃지는 얼마나 많은 정적들을 깔고 뭉갠 정복의 표상인가 세상을 움직이는 굴지의 ..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09.12.24
공중화장실에서의 문득 깨달음 공중 화장실에서의 문득 깨달음/ 임보 담배 연기로 오리무중인 버스터미널 공중화장실에서 어떤 놈들이 뱉어낸 매캐한 담배 연기를 마시면서 미지의 폐들 속에 들어갔다 나온 매연을 들이키면서 내 허파를 씻은 공기들이 또 누구의 허파 속에서 좌충우돌 구석구석 요동을 치다 나올까를 생각하면서 ..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09.12.22
신발에 관한 동화 신발에 관한 동화/ 임보 아버지가 장에 가서 신발을 사 오셨다 오남매의 신발 다섯 켤레 고무신이었다 성미 급한 형은 며칠 신다 굽이 터지자 엿 사 먹고 말았다 마음 착한 누나는 매일 깨끗이 닦아 조심 조심 신었다 개구쟁이 막내 동생은 개천이고 산이고 첨벙대며 신고 다녔다 소심한 누이동생은 댓.. 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200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