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가 민들레 씨에게>를 읽고/ 박흥순 민들레가 민들레씨에게 林 步 아들아 바람이 오거든 날아라 아직 여린 날개이기는 하지만 주저하지 말고 활짝 펴서 힘차게 날아라 이 어미가 뿌리내린 거치른 땅을 미련없이 버리고 멀리 멀리 날아가거라 그러나 남풍에는 현혹되지 말라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럽고 따스하지만 .. 좋은시 읽기 2012.06.01
[스크랩] 간월암 看月庵/ 임보 간월암 看月庵/ 임보 간월암 섬절을 물어물어 갔더니 바다가 미리 알고 물길을 열었네 마른 바다 모래 밟고 건너가 보니 절 문은 닫혀 있고 신우대만 으스스 무학舞鶴이 났다는 학돌재는 어디고 만공滿空이 깃들었던 선방은 어딘가 바다 막아 육지 만든 벽해상전碧海商田 가에 굴 파는 여인들만 옷깃.. 좋은시 읽기 2011.05.16
이성선의 <도피안사(到彼岸寺)> 도피안사(到彼岸寺)/ 임보 시인이 세상을 바라다보는 시선― 곧 시각을 나는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눈다. 지상적 시각과 수평적 시각 그리고 천상적 시각이다. 지상적 시각을 가진 시인은 현실을 중요시 여겨 비판적이고 참여적인 작품을 즐겨 쓰게 된다. 수평적 시각은 대상을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다.. 좋은시 읽기 2009.07.26
솔개 / 김종길 솔개/ 임보 시인도 지사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해나 육사 같은 지조를 지닌 시인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대개의 시인들은 강한 의지보다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므로 그들에게서 지사적 풍모를 기대한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지 모른다. 병 없이 앓는, 안동댐 민속촌의 헛제삿밥 같은. 그런 .. 좋은시 읽기 2008.09.05
시수헌 가는 길 / 임보 시수헌 가는 길 임 보 내가 사는 운수재는 우이동 골짜기에 있고 시인들의 사랑방 시수헌은 산마루 넘어 쌍문동에 있다 세심천 고갯길로 질러가면 30분 솔밭 지나 언덕길로 돌아가면 40분 짧은 고갯길보다는 긴 언덕길로 돌아서 다닌다 언덕길 밑에는 꽃밭이 있기 때문 한 교회가 가꾼 작은 꽃밭인데 .. 좋은시 읽기 2007.08.15
4월에 걸려온 전화 / 정일근 사월에 걸려 온 전화 / 정 일 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 좋은시 읽기 2007.07.26
봄날 옛집에 가서 / 이상국 봄날 옛집에 가서 / 이상국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고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몸을 흔드는 나무들.. 좋은시 읽기 2007.07.17
김치, 찍다 / 홍해리 김치, 찍다 / 洪海里 싱싱하고 방방한 허연 엉덩이들 죽 늘어섰다 때로는 죽을 줄도 알고 죽어야 사는 법을 아는 여자 방긋 웃음이 푸르게 피어나는 칼 맞은 몸 바다의 사리를 만나 얼른 몸을 씻고 파 마늘 생강 고추를 거느리고 조기 새우 갈치 까나리 시종을 배경으로, 이제 잘 익어야지, 적당히 삭아.. 좋은시 읽기 2007.07.11
국도 / 윤제림 국도 / 윤제림 버스 뒤에 레미콘트럭, 트럭 뒤에 소나타, 소나타 뒤에 경운기, 경운기 뒤에 세상에서 가장 느린 탈것 하나가 세상 모든 탈것들을 줄줄이 멈춰 세웠습니다. 느릿느릿 길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 꽃상여 하나. 찻길을 막아놓고서는 제 자신도 솔밭머리에서 제자리걸음입니다. 시동을 끄고 .. 좋은시 읽기 2007.07.09
인연 / 송수권 인연 / 송수권 내 사랑하던 쫑이 죽었다 어초장 언덕바지 감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이듬해 봄 감나무 잎새들 푸르러 겅겅 짖었다 [감상 안내] 오래 함께 살아서 정이든 개 ‘쫑’이 죽었습니다. 그놈을 집 근처 언덕 위에 서 있는 감나무 밑에 묻어 줍니다. ‘어초장(漁樵莊)’이라 이름한 것으로 보아 .. 좋은시 읽기 200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