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주인 그 나라의 주인 임보 그 나라는 앞에서 끄는 자도 뒤에서 따라가는 자도 없다 가진 자도 없고 가지려 하는 자도 없다 우리가 나란히 서서 하늘의 무지개를 보듯이 우리가 시새우지 않고 서로 바람을 마시듯이 풀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산야山野를 이루듯이 그 나라의 모든 것은 주인이 없..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16.07.22
[선시] 녹정 [선시] 녹정(綠井) / 임보 녹정(綠井)이라는 우물가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스멀스멀 가렵기 짝이 없다 무슨 일인고 싶어 우물물에 얼굴을 비춰 보았더니 웬 소년 한 놈이 나를 내다보고 있다 전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아니 이 무슨 변고인가 우물에 비친 것은 내 소년적 모습이 아닌가 ..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13
[선시] 궁술 [선시] 궁술(弓術) / 임보 황학정(黃鶴亭)은 활터다 수십 명의 궁사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 있다 청모(靑帽)의 궁사(弓士)가 맨 처음 시위를 당긴다 오시오중(五矢五中) 과녁의 붉은 중앙에 다섯 개의 화살이 다 들어갔다 주위 사람들이 박수를 보낸다 다음은 홍모(紅帽)의 궁사가 올라섰다 다섯 개의 화..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12
[선시] 운포 가는 길 운포 가는 길 / 임보 자하동紫霞洞에서 운포雲浦라는 포구를 찾아 몇 날 며칠을 걷고 있던 때다 어느 한 강가에 이르렀더니 아름드리 오동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그늘 밑에 네댓 사람이 널부러져들 있다 아마 길을 가다 잠시 쉬고 있는 나그네들인가 보다 나도 땀을 식히려고 오동 그늘 아래 발..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11
[선시] 우백 우백(雨白) / 임보 운곡韻谷이라는 곳은 높은 산도 긴 물도 없다 풍광風光도 보잘 것 없고 희귀한 특산물이 나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 그곳에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한 그루의 나무를 보기 위해서인데 우백雨白이라는 천년 묵은 측백나무다 어느 때부터인지 이 나..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08
[선시] 답벽 답벽(踏壁) / 임보 우출(于出)이라는 자는 땅을 밟듯 그렇게 벽을 걷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니 벌레들도 다 할 수 있는 짓을 왜 사람이 못 하겠느냐며 제가 지닌 것은 꾀가 아니라 믿음이라고 했다.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07
[선시] 운미 운미雲眉 / 임보 벽궁壁宮은 사방 천리가 넘는 큰 호수다 그 한가운데 월도月刀라는 섬이 있는데 모양이 반달이다 그 섬 가운데 화경華鏡이라는 맑은 연못이 있는데 흡사 연꽃이다 그 연심蓮心에 정자亭子를 세웠는데 운수헌韻壽軒이라는 당호堂號가 걸려 있다 이 초당草堂에 들어 시詩를 한 수 읊조..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06
[선시] 운금 운금(雲琴) / 임보 방이放耳라는 곳에 이르니 산천의 초목이 다 북北으로 굽어 있다 해는 남南에 있고 바람 또한 북으로 흐르지 않는데 어인 일로 초목들의 가지가 다 북으로 기운단 말인가 아니, 초목들만이 아니라 가만히 보니 산봉우리들도 북으로 기울어 있다 아니,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슴..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05
[선시] 전 전(犭田) / 임보 전이라는 짐승은 선하기 이를 데 없다 사나운 뿔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다 작은 몸통에 짧은 다리 체구도 볼 품 없는 느림보다 다만 털과 눈매가 곱다 어떤 맹수가 달려들면 몸을 공손히 도사린다 먹으면 먹히고 그냥 두면 다시 간다 그런데 만일 어떤 놈이 그를 삼키면 그의 뱃속..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04
[선시] 지두 지두(指頭) / 임보 방학동(放鶴洞)은 산수(山水)가 맑아 소인묵객(騷人墨客)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동구 앞에 이르니 몇 사람들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놓고 떠들석하니 자랑들이다 붓쟁이 외치기를 좋은 글은 좋은 붓에서 나온다며 청모록필(靑毛鹿筆)을 들어 햇볕에 펼쳐 보이자 진청(眞靑)의 모발(..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0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