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一字> 해설 / 임보 ♧ 작품 <일자一字> 해설 엄살의 시학詩學 임 보 1 나는 이번 학기 종강을 하면서 시는 ‘엄살부리기’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2 굳이 신화론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옛 노래들의 뿌리가 고대 제의祭儀에 닿아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전문적 시인은 사제司祭 곧 샤만..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16.07.22
[시화] 새로운 신화를 꿈꾸며/ 임보 ♧ 시화詩話 새로운 신화神話를 꿈꾸며 임 보 신화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소망의 결정結晶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비상飛翔하고자 하는 꿈이다. 나는 생명 활동을 자아확대自我擴大의 실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생명체는 자신의 몸 밖에 존재하는 객체(사물)들을 끊임..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16.07.22
그 나라의 주인 그 나라의 주인 임보 그 나라는 앞에서 끄는 자도 뒤에서 따라가는 자도 없다 가진 자도 없고 가지려 하는 자도 없다 우리가 나란히 서서 하늘의 무지개를 보듯이 우리가 시새우지 않고 서로 바람을 마시듯이 풀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산야山野를 이루듯이 그 나라의 모든 것은 주인이 없.. 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2016.07.22
교감 교감(交感) 임보 간밤엔 내 어려서 듣던 그 귀 큰 장대귀신이 밤새 내 베갯머리를 흔들더니 이 아침엔 몇 해째 앓던 어금니가 부러져 혀를 깨문다. 간밤엔 내 유년의 목조 교실에서 온종일 시험만 보다 조부 회초리에 종아리가 따갑더니 이 아침엔 타다 만 구공탄에 불을 붙이는 미명(未明) 가득히 두런.. 임보시집들/산방동동 2010.04.08
중앙선 야행 중앙선야행(中央線夜行) 임보 숲들도 울음이 있는 것을, 진록색 그 울음들이 계곡에 내리면 개울인 것을, 그 개울의 아픔이 넘치면 어둠인 것을, 그리고 대지에 밤이 오는 것을, 산들도 손이 있는 것을, 하늘 끝까지 열려 있는 손이 있는 것을, 그 손들이 말씀인 것을, 말씀이 하늘에 열리면 별들이 되는.. 임보시집들/산방동동 2010.03.31
수석경기체가 수석경기체가(壽石景幾體歌) 임보 서가(書架) 좌편은 청풍(淸風) 준석(峻石)을 서가 우편은 옥천(沃川) 원석(原石)을 앞에는 단양(丹陽) 오석(烏石) 토파(土坡)를 뒤에는 석곡(石谷) 추색(秋色) 정석(井石)을 심었더니 밤이면 한수(漢水)의 물소리가 금수(錦水)의 강바람이 섬수(蟾水)의 안개 냄새가 그리.. 임보시집들/산방동동 2010.03.25
한밤에 먹을 갈면 한밤에 먹을 갈면 임보 한밤에 먹을 갈면 벼루가 눈을 뜬다. 벼루는 뿔이 낮은 열 두어 마리의 들소들이 울어대는 초원(草原)이기도 하고, 산수유꽃 향기가 벼랑을 타고 내리는 계곡, 혹은 청새우 몇 마리, 맑은 물새 그늘을 담고 있는 강이기도 한다. 아니 그것은 강이면서 산, 꽃이면서 새, 소리요 내.. 임보시집들/산방동동 2010.03.23
유년의 강 유년(幼年)의 강 임보 고개를 넘으면 강이 있었다. 정초(正初)면 강은 항상 은빛 얼음 속에 잠들어 있었다. 우리가 떠나는 날은 으레 눈이 오셨다. 조부(祖父)의 명주 두루마기보다도 부드럽고 흰 눈이 내 왕골 꽃신을 적시며 내렸다. 강을 거슬러 40리 예닐곱 내 유년의 하례(賀禮) 길은 무거운 순례(巡.. 임보시집들/산방동동 2010.03.19
석화 온천 병원 석화(石和)온천병원(溫泉病院) 임보 창을 열면 잘 익은 포도들이 포도밭을 딛고 일제히 일어섰다. 온종일 뜨거운 해를 마신 짙은 활엽수(闊葉樹)들이 깃이 긴 작은 새떼들을 꽃불처럼 토해 내는 석양, 노부(老父)의 이마보다 시린 먼 부사(富士)의 산정이 걸려 있는 3층 옥상에는 어린 간호부들이 쏟고 .. 임보시집들/산방동동 201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