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풍경 석모도(席毛島) 풍경 / 임보 강화(江華) 외포리(外浦里)에서 석모도 갯가를 오가는 나룻배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밀고 다닌다 보통 때는 갯벌에 주저앉아서 먹이를 파고 있다가도 혹은 물결에 몸을 맡기고 한가하게 놀고 있다가도 배가 닻을 들어 떠나갈 의사를 보이기만 하면 수천의 갈매기들은 ..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26
교행 교행(交行) / 임보 나는 열차에 편안히 누워 가고 있는데 그는 봇짐을 등에 지고 뙤약볕에 걸어오고 있다 나는 천진(天津)에서 심양(沈陽), 연길(延吉) 쪽으로 달려가는데 그는 압록(鴨綠)과 요하(遙河)를 건너 북진(北鎭)을 향하고 있다 나는 남의 나라를 넘어 내 나라를 보러 가고 그는 우리 땅을 건너 ..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25
와송 와송(臥松) / 임보 누워 있는 솔을 보았는가 세상에는 그런 것도 있데 선암사(仙巖寺) 삼성각(三聖閣) 앞 연못가에 몇 백 년 묵은 소나무 한 놈 비늘 몸뚱이 꿈틀대며 용(龍)의 시늉으로 누워 있데 그런데 말이시 솔이 누우니까 세상이 변하데 서 있는 솔만 보던 사람들이 이놈 주위에 몰려들어 등을 어..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24
홍매 홍매(紅梅) / 임보 장경각(藏經閣) 뜰에 올라섰더니 한 백 살 되어 보이는 놈이 수만 개의 유두(乳頭)를 온몸에 달고 붉게 닳아 오르기에 하도 황홀해서 한동안 그놈 곁을 떠나지 못하고 나도 덩달아 얼굴을 붉히며 서 있었다 원통각(圓通閣) 뒤를 돌아섰더니 한 이백 살 되어 보이는 두 놈이 불쑥 나타..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23
무녕왕비의 어금니 무녕왕비의 어금니 / 임보 겨우 천 년이 흘러간 뒤 모든 것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지상의 그 웅대했던 대궐 문무백관들의 장중한 도열 천금의 옥새와 만금의 실록들도 이제는 다 찾아볼 길 없다 용안을 장식했던 눈부신 금관 용포를 감았던 옥구슬의 띠 천하를 흔들었던 화사한 보검 그런 것들의 썩은 ..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21
코알라 코알라 / 임보 코알라는 오스트렐리아의 밀림 속 유카리티스의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홀로 살아가는 작은 곰이다 배에 새끼주머니를 달고 있는 모성(母性)어린 이 짐승은 유카리티스의 나뭇잎만을 먹고 산다 그 잎은 독성을 지닌 맵고 쓴 것이어서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버린 나무인데 유독 코..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20
꽃방석 꽃방석 / 임보 동학사(東鶴寺) 봄 골짝 길상암(吉祥菴) 뜰에 영산홍 불붙었단 소문을 듣고 밤잠도 설치며 달려갔더니 지난 밤 비바람에 꽃잎은 다 지고 꽃방석만 네댓 평 깔렸습디다 목탁소리 둬 자락만 감고 돕디다.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19
법주사 부근 법주사(法住寺) 부근 / 임보 시월 밤 속리산은 아수라장 M.T.꾼, 계꾼 단풍놀이 술꾼 밤새워 니나노판 온 산이 들썩여도 부처님 코도 안 곯고 잘도 주무셔.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18
어둠의 등 어둠의 등 / 임보 세상에 만일 거울이 없다면 고인 물도 흐려 거울의 구실을 할 수 없다면 어둠의 빗장 속에 단단히 갇힌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얼굴들은 (중 제 머리 못 깎듯) 스스로 제 얼굴을 못 보면서 서로의 남 얼굴만 뜯어보고 빈정대리 추녀도 남이 미인이라 하면 ..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17
해몽 해몽(解夢) / 임보 어느 강가에 이르는데 병풍처럼 늘어선 강 건너 산들이 온통 수런거린다 무슨 여고인가 하고 건너다보니 온 산천을 뒤덮고 있는 칡넝쿨들이 강을 넘어 이쪽으로 뻗어오느라 야단이다 깊고 푸른 강이 칡넝쿨의 기세에 눌려 숨을 죽인 채 엎드려 있다 이 꿈 얘기를 우이동 친구들에게 .. 임보시집들/자연학교 200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