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화夢禍 ....임보
지난밤엔 요정들의 나라에 빠져들어갔다. 세상이 온통 백화난만한 봄 동산인데 오색 고깔을 쓴 요정들이 올챙이 새끼처럼 우글거리고 있다. 어떤 놈은 배꽃처럼 희고 어떤 놈은 도화처럼 붉다.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마음에 드는 놈 하나 골라 잡으려니 이내 도망쳐 가며 뒤돌아보고 웃는다. 이 무슨 기갈스런 봉변이란 말인가.
또 지난밤엔 도적들의 소굴로 붙들려 갔다. 높은 성채의 벼랑 위에는 해골을 그린 검은 깃발이 펄럭이고 봉두난발의 무리들이 불개미 떼처럼 와글거리고 있다. 광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통돼지를 구워 가며 술을 마시고들 있다. 두목의 앞에 끌려간 나는 얼마 안 있어 참수형을 당하기로 되어 있다. 이 무슨 청천의 날벼락이란 말인가. 헌데 가만히 들여다 봤더니 두목의 얼굴이 눈에 익다. 어디서 봤더라. 옳지 그 놈이 아닌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한 바로 그 악당 그놈이다.
또 지지난 밤엔 성인들의 세상에 끌려갔다. 눈처럼 흰 맑고 눈부신 세상인데 모두가 다 노인들뿐이다. 치렁치렁 도복을 걸친 백발의 노인들이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주위를 어정거려도 누구 하나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이 노인들은 무슨 재미로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하루 종일 이들과 함께 지낼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꿈들을 깨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본다. 내 무슨 욕망의 그물에 사로잡혀 그처럼 고된 꿈들을 엮었단 말인가. 요정들의 나라는 너무 어지럽다. 성인들의 나라는 너무 무료하다. 도적들의 나라는 너무 무섭다. 그래도 내 체질에 가장 지낼 만한 곳은 적당히 괴롭고 무던히 짭짤한 이승의 삶인가 보다. 오늘밤엔 또 어느나라에 붙들려 가 곤욕을 치르게 될는지 모를 일이로되, 만약 꿈의 신이 있어 내 소원을 들어 준다면 내 이르리라. 내 열서너 살적 그 산과 들판으로 되돌려 보내 달라고-
[장닭설법]-2007 .시학-
장닭설법
송대의 선승에 설두중현이란 이가 있었다. 그가 역대 선승들의 선에 얽힌 일화백개를 묶어 낸 책이 [송고백칙]이다. 이 책은 각 장마다 고승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본칙>을 붙이고 있다. 끝에는 이를 칭송하는 선시<송>을 붙이고 있다. 설두보다 한 80여년 뒤에 온 선승 원오극근이 [송고백칙]에 <수시><착어><평창>을 매달아 보완해 낸 것이 [벽암록]이다. 그러니 [벽암록]의 원저자는 설두이고 원오는 그 보완자라고 할 수 있다. 설두와 원오는 같은 사천성에서 태어났지만 시대를 달리 살았던 사람들이다. 성격 또한 사뭇 달랐다. 설두는 무척 겸손하여 남의 앞에 잘 나서려 하지 않는 소극적인 인물이었지만 원오는 그와는 달리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이었다. 당대의 선지식들을 우습게 여기고 운수행각을 일삼았던 안하무인의 걸승이었는데 어느 날 괴질에 걸려 죽을 고비를 치르고는 그 자만심으로 벗어났다.
원오가 태평산에 기거하고 있던 그의 스승 법연의 문하로 다시 돌아온 지 한 보름쯤 되던 날이었다. 진이라는 사람이 벼슬을 그만두고 향리로 돌아가는 도중 태평산에 들러 법연에게 법문을 청하는 일이 있었다 법연은 다음의 소염시를 들어 설법을 했다고 전한다.
소옥아 소옥아 하고 자주 소옥이를 부르지만
소옥에게 무슨 일이 있어 그런 건 아니로세
다만 남몰래 정든님 찾는 소리였을 뿐
頻呼小玉元無事 只要檀郞認得聲
진체는 이와 같이 말의 밖에 숨어 있는 것이라는 내용의 설법이었던가. 진은 거기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겉소리만 듣고 자리를 떴다. 곁에 있던 원오가 스승에게 대들었다.
"님은 님이고 법은 법이잖습니까?"
그러자 법연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조사가 어떤 놈이냐?" 서에서 온 뜻이냐? 뜰앞의 소나무니라!"
이말을 듣자 원오는 온 세상이 환히 밝아오는 기쁨을 맛 보았다. 그래서 방을 뛰쳐나가는데 그때 마침 한마리의 장닭이 담장 위에서 홰를 치고 길게 울었다. 그러니 그 장닭이라는 놈의 설법이 법연 선사의 그것보다 한 수 위였던 모양이다.
흰명자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피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명자는 아직 봉오리로 필듯 말듯 합니다.
홍매도 늦게 피더니 붉은 봄꽃들은 좀 늦나 봅니다.
4월엔 시험기간이라 혼을 뺄것 같습니다.
그래도 짬짬이 님들께 인사드리러 올께요
새봄의 기운을 받아 운기가득한 4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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