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등 상여 / 최영철
―종형 최소동
평생을 곱사등으로 산 종형의 어깨가
환하게 펴졌습니다
세상 짐 다 떠메고 오라고
둥글게 만드신 등에
죽음이 얹히자
오래 걸터앉아 놀던 짓궂은 아이들이
와르르 무너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등짐을 내려놓으며
종형이 웃었습니다
자나깨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여기까지 지고 왔는데
품삯이 없구나
품삯이 적구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등이
죽음을 지고 가기 위해
환하게 열렸습니다
아주 먼 길
저 세상으로 가는 날개가 되었습니다
굽은 등이 상여가 되고
몹쓸 혹이 꽃이 되었습니다
―<현대시학> 2004. 9―
* 최영철 : 1956년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그림자 호수』『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일광욕하는 가구』『야성은 빛나다』등
[작품 안내]
곱사등이 종형이 있습니다.
굽은 등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불행한 종형입니다.
그는 한평생 불치의 병을 무거운 짐으로 등에 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죽음이 다가와 그의 짐을 벗게 해 줍니다.
드디어 죽음이 그를 자유롭게 놓아 줍니다.
죽음은 불행이 아니라 그에게 축복이 됩니다.
이 세상에 온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다 조금씩 불구이게 마련입니다.
비록 육신의 외모는 온전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결함투성입니다.
감각적인 열등, 정서적인 불안,
사고력, 이해력, 친화력의 문제 등
육신의 병 못지않게 내면적인 결함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결함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불구자들입니다.
한편
우리는 자기 자신과 더불어 가족을 지고 살아갑니다.
어떤 이들은 이웃들까지 짊어지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인들은 온 인류를 지고 가기도 합니다.
그 짐들을 풀어주는 것이 죽음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장례식장을 축제의 마당으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 시는 장송곡입니다만
종형의 죽음을 축복하는 축가입니다.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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