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스크랩] 눈부신 귀향 - 詩 임보(수정)

운수재 2007. 10. 10. 12:42

화면을 크게 보시기 바랍니다
.



눈 부 신 귀 향

   시 임 보

    
봄이 되면 꽃들은 
용케도 제 집들을 찾아 피어난다.
보라 노란 개나리꽃은 어둠의 흙 속에서 헤매고 다니다 
봄이 되면 가는 개나리 뿌리에 스며들어 
언 개나리 줄기를 녹이며 타고 올라
작은 꽃눈의 창문을 찾아 열고 
활짝 밖을 내다보지 않던가
분홍의 진달래꽃은 진달래 제 번지를
노란 민들레꽃은 민들레 제 번지를 
해마다 찾는 제 집들을 놓친 적이 없다.
백목련은 백목련 가지에 자목련은 자목련 가지에 
더러 바뀔 만도 한데 엇갈린 적이 없다.
술 취한 사람들은 
한밤중에 가끔 제 집 찾기가 헷갈려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다 낭패를 당하기도 하는데 
꽃들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
연어가 먼 대양을 떠돌며 살아가다
씨를 뿌릴 때가 되면 수 만 리를 거슬러 
그의 모천을 찾아가 거센 물살을 헤쳐 오르며 
맑은 자갈밭을 열고 알을 낳듯이
수만 가지 나무의 영혼들도
지하의 어둠 속을 떠돌며 헤매고 다니다가도 
때가 되면 제 고향 나무들을 찾아 그처럼 눈부신 회향을 한다
사람들아 
저 가지마다에 얼굴 내밀고 있는 화사한 귀향들을 
벌나비들이 얼마나 찬양하는지 보지 않았는가
머지않아 주렁주렁 그들의 고운 씨가 매달릴 것이다.
안드레아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안드레아 원글보기
메모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새들을 날개 위에 올려라 - 詩 임보(林步)  (0) 2007.10.13
[스크랩] 청평사로 가는 길 - 詩 임보(수정)  (0) 2007.10.10
[스크랩] 한로(寒露)/임보  (0) 2007.10.08
꽃에게 / 임보  (0) 2007.10.06
[스크랩] 떠나간 자리/임보  (0) 2007.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