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뽑으며/ 임보
30여 평 내 집의 뜰에서는 내가 제왕(帝王)이다
모든 잡초들은 내 손에 의해 제거된다
아니, 잡초와 화초의 판단은 내 권능의 영역이다
하찮은 들풀들도 내 눈에 곱게 보이면 가꾸어지고
요염한 장미도 낡아 그 꽃이 보잘 것 없으면 숙청된다
너무 번창하여 그늘을 크게 드리우는
거만한 놈들은 수족이 잘리고
오래 응달에 살던 불행한 놈들도
어느 날 문득 내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양달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30여 평 내 조그만 영토에서의 권능도
이렇게 번쩍거리거늘
수만 리 국토를 주름잡는 군주의 권능은
얼마나 기똥찰 것인가
그래서 권능의 꿀에 시력을 잃은 어리석은 자들은
아마 그렇게 미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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