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임보
며칠만에 한번씩 프라스틱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뒤꼍에 흩어져 있는 개똥을 치우고
친구가 이민을 가며 맡겨 놓은
늙은 감귤나무와 능소화 화분에 물을 주고
아침 식후 30분에 테노르민* 한 알 먹고
낮에는 여기 저기 쏘대며
머리 큰 애놈들 앞에 놓고 국어 작문 가르치다
답답하면 우주통합론도 좀 시부렁대보고
저녁 되면 얼큰한 된장국에 밥 말아 먹고
큰 활자들만 뽑아 석간을 읽다가
심심하면 TV 돌려가며 흘러간 노래도 들어보고
11시쯤 홀로 메실주 한 잔 훌쩍이다가
시들해진 아내 엉덩이도 더러 만져보고.
*테노르민 : 혈압강장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