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날아가는 은빛 연못

일상

운수재 2009. 1. 12. 08:29

 

 

 

일상/                      임보

 

 

며칠만에 한번씩 프라스틱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뒤꼍에 흩어져 있는 개똥을 치우고

친구가 이민을 가며 맡겨 놓은

늙은 감귤나무와 능소화 화분에 물을 주고

아침 식후 30분에 테노르민* 한 알 먹고

낮에는 여기 저기 쏘대며

머리 큰 애놈들 앞에 놓고 국어 작문 가르치다

답답하면 우주통합론도 좀 시부렁대보고

저녁 되면 얼큰한 된장국에 밥 말아 먹고

큰 활자들만 뽑아 석간을 읽다가

심심하면 TV 돌려가며 흘러간 노래도 들어보고

11시쯤 홀로 메실주 한 잔 훌쩍이다가

시들해진 아내 엉덩이도 더러 만져보고.

 

                                     *테노르민 : 혈압강장제

 

 

 

 

 

 

'임보시집들 > 날아가는 은빛 연못'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여름 일기  (0) 2009.01.14
세상 벗기  (0) 2009.01.13
때가 오면  (0) 2009.01.11
이른봄  (0) 2009.01.10
숙맥  (0) 200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