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結
---山中問答.4 임보
<제자의 물음>
스승님,
백결(百結) 선생께서 거문고로
방앗소리를 흉내낸 것은
어인 일이었겠습니까?
혹 가난을 부끄럽게 여겨
그 부인의 마음을 달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요?
만일 그런 생각으로 방앗노래를 엮었다면
가난을 즐겨 사는 그 어진 마음 한 구석이
시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난 사랑이 더 깊었더면
하필 왜 방앗소리를 탓겠나이까?
<스승의 대답>
누가 가난을 즐겁다 이르더냐
누가 가난을 사랑는다 하더냐
어느 달인(達人)이 밥보다 죽을 택해서
그의 혀를 길들이며
맛이 있다고 좋아하더냐
겨울 그늘은 차고
여름 햇볕은 덥지 않느냐
높은 산은 높고
긴 강은 길다
소금은 짜고
꿀은 달거늘
누가 가난이 풍요보다 높다 이르더냐
다만 우리 도(道)에서는
탐하다 보면 바탕이 흐려질가 염려하여
빈자(貧者)의 무욕(無慾)한 삶을 기리는 것이지
가난을 기리는 것은 아니니라
내 보기에 백결(百結)의 거문고는
부러 지어(作) 탐(奏)이 아니라
깊은 흥이 소리에 감기다 보니
백년 묵은 여우가 백수(百獸) 둔갑하듯 하여
부인의 귀에는 방앗소리로 울리고
혹 지나가던 동자 있어 들었다면
하늘새 울음소리도 되었을 것이니라
어이 백결이 방앗소리에 매였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