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목마일기

백결

운수재 2009. 7. 1. 06:51

 

 

 

 

百結

---山中問答.4                                            임보

 

 

<제자의 물음>

 

스승님,

백결(百結) 선생께서 거문고로

방앗소리를 흉내낸 것은

어인 일이었겠습니까?

혹 가난을 부끄럽게 여겨

그 부인의 마음을 달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요?

만일 그런 생각으로 방앗노래를 엮었다면

가난을 즐겨 사는 그 어진 마음 한 구석이

시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난 사랑이 더 깊었더면

하필 왜 방앗소리를 탓겠나이까?

 

 

 

<스승의 대답>

 

누가 가난을 즐겁다 이르더냐

누가 가난을 사랑는다 하더냐

어느 달인(達人)이 밥보다 죽을 택해서

그의 혀를 길들이며

맛이 있다고 좋아하더냐

겨울 그늘은 차고

여름 햇볕은 덥지 않느냐

높은 산은 높고

긴 강은 길다

소금은 짜고

꿀은 달거늘

누가 가난이 풍요보다 높다 이르더냐

다만 우리 도(道)에서는

탐하다 보면 바탕이 흐려질가 염려하여

빈자(貧者)의 무욕(無慾)한 삶을 기리는 것이지

가난을 기리는 것은 아니니라

내 보기에 백결(百結)의 거문고는

부러 지어(作) 탐(奏)이 아니라

깊은 흥이 소리에 감기다 보니

백년 묵은 여우가 백수(百獸) 둔갑하듯 하여

부인의 귀에는 방앗소리로 울리고

혹 지나가던 동자 있어 들었다면

하늘새 울음소리도 되었을 것이니라

어이 백결이 방앗소리에 매였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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