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치매=해탈

운수재 2009. 8. 28. 08:22

 

 

 

 

해탈=치매                   임보

 

 

 

한 십 년 잘 기르던 난초도 남에게 주고

몇 십 년 손때 묻은 벼루도 팽개치고

가죽끈 다 닳은 책들도 내던지고

가사(袈裟)도 염주도 목탁도

가진 것 다 떨쳐 버리고

빈 몸으로 홀가분히

누워있는 선사

맑은 평화

무상

 

한평생 정성들인 논밭도 다 잊어버리고

한세상 부대낀 식구들도 다 몰라보고

기억의 창고에 가득 쌓인 추억들

희로애락의 그 여린 감정들도

다 벗어 내던져 버리고

참나무 장승처럼

앉아만 있는

치매의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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