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신발에 관한 동화

운수재 2009. 12. 20. 18:54

 

 

 

 

신발에 관한 동화/                임보

 

 

 

아버지가 장에 가서

신발을 사 오셨다

 

오남매의 신발

다섯 켤레 고무신이었다

 

성미 급한 형은

며칠 신다 굽이 터지자 엿 사 먹고 말았다

 

마음 착한 누나는

매일 깨끗이 닦아 조심 조심 신었다

 

개구쟁이 막내 동생은

개천이고 산이고 첨벙대며 신고 다녔다

 

소심한 누이동생은

댓돌 위에 얹어 놓고 바라다만 보았다

 

나도 돌밭길을 달릴 때는

두 손에 벗어 들고 맨발로 뛰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형제들을 불러 놓고

자신의 신발들을 가져 오라 이르셨다

 

형은 없는 신발을 가져올 수 없었고

막내의 신발이 제일 엉망이었다

 

가장 양호한 신발은

누이와 누님의 것

 

새 신발이 필요한 자는 바꾸어 주리라

아버지가 이르셨다

 

그러자 손을 든 놈은 오직

막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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