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산방동동

용의 설화

운수재 2010. 2. 8. 07:02

 

 

 

 

 

용(龍)의 설화                 임보

 

 

 

내가

북한산의 한

은행잎이었을 때

이슬로

그의 혀 끝에 내려앉아

아침을 보던,

 

내가

서장(西藏) 하늘의 한 자락

바람이었을 때

독수리로

그의 동자(瞳子) 속에 잠시 들어가

구름을 낚던,

 

내가

남해 한 어부의

달빛이었을 때

물결로

그의 잔등에 올라

허정(虛靜)을 깨던,

 

그리고 지금

내가

나였을 때

그의 비늘 한 조각을 이고

천공(天空)으로

천공으로

그를 밀어 올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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