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의 설화 임보
내가
북한산의 한
은행잎이었을 때
이슬로
그의 혀 끝에 내려앉아
아침을 보던,
내가
서장(西藏) 하늘의 한 자락
바람이었을 때
독수리로
그의 동자(瞳子) 속에 잠시 들어가
구름을 낚던,
내가
남해 한 어부의
달빛이었을 때
물결로
그의 잔등에 올라
허정(虛靜)을 깨던,
그리고 지금
내가
나였을 때
그의 비늘 한 조각을 이고
천공(天空)으로
천공으로
그를 밀어 올리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