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交感)
임보
간밤엔
내 어려서 듣던
그 귀 큰 장대귀신이
밤새 내 베갯머리를 흔들더니
이 아침엔
몇 해째 앓던 어금니가 부러져
혀를 깨문다.
간밤엔
내 유년의 목조 교실에서
온종일 시험만 보다
조부 회초리에 종아리가 따갑더니
이 아침엔
타다 만 구공탄에 불을 붙이는
미명(未明) 가득히 두런대는 아내의
젖은 목소리.
간밤엔
스물넷 무더운 여름
내 육군 상병의 막사에
그렇게 비만 내리더니
이 아침엔
서른여섯 눈 시린 가을
늦은 책상머리에 빈 청자 한 갑.
간밤엔
청계(淸溪) 그 맑은 강변에서
키가 넘도록 애써 모아 쌓은
오석(烏石) 돌무더기가
검은 새들로 하늘에 날아오르더니
이 아침엔
오래 불임(不姙)턴
우리 유월달 황색 강아지
문밖에서
그의 아픈 초야(初夜)를 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