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스크랩] 사철가 / 안숙선 · 조상현 소리

운수재 2012. 8. 21. 07:47

 

 

사철가/ 안숙선 · 조상현 소리

 


안숙선

조상현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구나.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 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년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에 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이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끄트머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 투식 허는 놈과 부모 불효하는 놈과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제 차례로 모아가며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출처 : 달빛과 바위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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