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복집에 갔다가

운수재 2014. 2. 20. 12:52

 

 

 

 

복집에 갔다가

                                                     임보

 

몸살감기를 앓고 있는 아내의

잃은 입맛을 찾게 하려 복매운탕집엘 찾아갔다

 

이른 저녁이어서 그런가

변두리 복집이 조용하다

 

황복 8,000원

까치복 17,000원

 

내 형편을 잘 아는 아내가

황복매운탕 2인분을 주문한다

 

까치복을 먹어 볼 걸 그랬지 하는 내 말에

그 복이 그 복이지 뭐, 값만 비싸지…

아내의 대답이다

 

아내는 매운 국물을 훌쩍이며 밥을 먹고

나는 소주를 홀짝이며 미나리를 건져 먹는다

 

허연 복엇살 몇 점 둥둥 떠 있는데

아내는 안주를 하라며 내 그릇에 연상 떠 놓고

나는 아직 많다며 아내 그릇으로 옮겨 놓는다

 

드르르 문이 열리더니

모처럼 손님이 들어온다

두툼한 남자와 매끈한 젊은 여자다

 

채 자리도 잡기 전에

젊은 여인이 큰소리로 주문을 한다

사시미 하나! 수육 하나!

그리고 샤브샤브!

 

(복도 수육이 있나 보다)

 

우리와는 급수가 다르다

갑자기 풀이 죽은 나에게

아내가 위로하듯 말한다

 

저들은 어쩐지 부부 같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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