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다섯 분이나 남았다
임보
부리던 하인들이 한 30명 가까이 되었는데
내가 맞은 세파가 너무 기구했던 때문일까
내가 부린 사역이 너무 혹독했던 탓일까
한 놈씩 슬그머니 빠져들 나가더니
지금껏 발붙이고 있는 놈은 겨우 다섯이다
공자가 수십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자신의 웅지를 펼칠 제후를 찾아
십여 년 천하를 주유하다가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다시 노나라로 돌아왔을 때는
겨우 몇 명의 제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때 남긴 공자의 말씀이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한겨울을 맞고서야 솔과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라고 한탄(?)했다던가?
그때의 공자 심경이 아마도 지금의 나와 비슷했으리라
이 볼 품 없는 주인을 아직도 상전으로 모시고
한평생 나와 동고동락하며
아침저녁 정성을 다해 내 식사를 챙기는
충실한 나의 종복―치아(齒牙)가
겨우 다섯 놈이 아니라,
아직도 다섯 분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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