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아직도 다섯 분이나 남았다/ 임보

운수재 2015. 5. 20. 09:57

 

아직도 다섯 분이나 남았다

                                                                  임보

 

 

부리던 하인들이 한 30명 가까이 되었는데

내가 맞은 세파가 너무 기구했던 때문일까

내가 부린 사역이 너무 혹독했던 탓일까

한 놈씩 슬그머니 빠져들 나가더니

지금껏 발붙이고 있는 놈은 겨우 다섯이다

 

공자가 수십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자신의 웅지를 펼칠 제후를 찾아

십여 년 천하를 주유하다가

제대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다시 노나라로 돌아왔을 때는

겨우 몇 명의 제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때 남긴 공자의 말씀이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한겨울을 맞고서야 솔과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라고 한탄(?)했다던가?

그때의 공자 심경이 아마도 지금의 나와 비슷했으리라

 

이 볼 품 없는 주인을 아직도 상전으로 모시고

한평생 나와 동고동락하며

아침저녁 정성을 다해 내 식사를 챙기는

충실한 나의 종복―치아(齒牙)가

 

겨우 다섯 놈이 아니라,

아직도 다섯 분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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