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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임보, 시로 정신을 기록한다/ 리토피아 가을호 특집

운수재 2016. 9. 11. 18:17
 
             

임보, 시로 정신을 기록한다!

  

아마, 선생도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에 헌신하게 될 줄이야. 나는 지금 오랜 시간이라고 말하면서 내심 깜짝 놀란다. 더듬어 셈하여 보니 선생의 시력은 이미 반 백 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렇게 선생은 오십 년이 넘는 동안과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오면서 시를 쓰고, 앓고, 더러는 버리면서 시간을 통과했으리라. 가끔씩 선생을 뵐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는지극이다. 선생은 단 한 번도 시로 빛나려 애쓰지 않았고, 더욱 더 시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그냥 선비처럼 시에 묻혀서진광불휘眞光不煇할 뿐이다. 시간을 통과하는 신체가 봄을 맞으면 벗들과 어울려 매화를 잔에 띄우고, 가을에는 우이도원의 골짜기를소요유한다. 너무 멀어서 푸르른 하늘보다는 기꺼이 손잡아 만질 수 있는 온기에 몰입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그대, 지금 길을 잃고 길 위에서 서성이는가. 그렇다면 반 백 년을 오로지 시로 정신을 기록했던 임보의아득한 전생의 종루에서/ 누군가 종을 울리고 있는한 수를 따라저 완벽한 허공의 소리에 귀 기울이시길.

-2016. 가을호. 아티엔 아티스트 특집. 손현숙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慧泉 김혜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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