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음[隱]에 관하여
임보
어떤 이는 ‘숨음’을 크게 나누어 소은(小隱)과 대은(大隱)으로 구분한다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 묻히는 것은 소은이고
세속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대은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 천지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리 쉬운가?
산 속에 숨어도 세상이 그를 알고 끌어내기도 하고
시중에 묻혀도 세상이 그를 찾아 드러내지 않던가?
그래서 내 이르거늘
숨는 곳을 가려 크고 작다고 가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숨는가를 두고 그를 기려야 될 것이로다
어디 가서 숨든 그가 드러나면 소은이고
어떻게 숨든 그가 드러나지 않으며 대은이다
은자, 은자라고 세상이 칭송하는 이들은 다 소은일 뿐
대은은 끝끝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니 끝까지 숨어 목석처럼 된 그분들께
무슨 수로 이 기림의 박수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
* 임보의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메모 :
'임보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물과 불 / 임보 (0) | 2017.02.22 |
---|---|
[스크랩] 사람의 몸값 / 임보 (0) | 2017.02.20 |
[스크랩] 피난의 비결 / 임보 (0) | 2017.02.18 |
[스크랩] 콧구멍 없는 소/ 임보 (0) | 2017.02.17 |
[스크랩] 문(門) / 임보 (0) | 2017.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