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능파각 교주 / 임보

운수재 2017. 5. 1. 05:44



능파각(凌波閣) 교주(校註) /  

                                                                              임보

 

 

다음은 연전에 내가 쓴 능파각이란 4단시다.


개울 위에 다락을 세웠으니 누각(樓閣)이요

개울 위에 다리를 놓았으니 교량(橋梁)이요

개울 위에 절문을 얹었으니 산문(山門)이다

동리산(桐裏山) 계곡 물 위에 뜬 봉황의 집

 

그리고 작품의 끝에 아래와 같은 주()를 붙였다.

 

* 능파각은 곡성 태안사(泰安寺) 입구에 세워진 누각.

개울물 위에 세워져서 능파각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흐르는 개울 위에 세운

()이면서 다리[]이면서 또한 집[樓閣]

()’건넌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니 능파(凌波)’라는 이름은

개울물을 건넌다는 뜻이겠거니 하고

개울물 위에 세워져서 능파각이라고 했다

내 멋대로 주를 달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능파라는 말이 물을 건넌다는 뜻이 아니라

미인의 가볍고 우아한 발걸음을 형용하는 말임을

뒤늦게야 알았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이미 내 글은 활자화 되어 세상에 떠돌고 있는데

 

세상을 어지럽힌 죄 어떻게 돌이킬 길 없어

여기 능파각 교주를 써서 부끄러움을 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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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 2017, 5)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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