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파각(凌波閣) 교주(校註) /
임보
다음은 연전에 내가 쓴 「능파각」이란 4단시다.
개울 위에 다락을 세웠으니 누각(樓閣)이요
개울 위에 다리를 놓았으니 교량(橋梁)이요
개울 위에 절문을 얹었으니 산문(山門)이다
동리산(桐裏山) 계곡 물 위에 뜬 봉황의 집
그리고 작품의 끝에 아래와 같은 주(註)를 붙였다.
* 능파각은 곡성 태안사(泰安寺) 입구에 세워진 누각.
개울물 위에 세워져서 능파각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흐르는 개울 위에 세운
문(門)이면서 다리[橋]이면서 또한 집[樓閣]―
‘능(凌)’은 ‘건넌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니 ‘능파(凌波)’라는 이름은
‘개울물을 건넌다’는 뜻이겠거니 하고
‘개울물 위에 세워져서 능파각이라고 했다’고
내 멋대로 주를 달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능파’라는 말이 물을 건넌다는 뜻이 아니라
‘미인의 가볍고 우아한 발걸음을 형용하는 말’임을
뒤늦게야 알았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이미 내 글은 활자화 되어 세상에 떠돌고 있는데…
세상을 어지럽힌 죄 어떻게 돌이킬 길 없어
여기 「능파각 교주」를 써서 부끄러움을 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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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 2017, 5)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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