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몽지람(夢之藍) / 임보

운수재 2017. 7. 10. 04:01




몽지람(夢之藍)

                                                                 임보

 


중국의 명주 가운데 양허(洋河)가 빚은 술에

해지람(海之藍), 천지람(天之藍), 몽지람(夢之藍)이라는 게 있다

 

바다의 쪽빛’ ‘하늘의 쪽빛’ ‘꿈의 쪽빛이라니

술에 선미(仙味)를 실은 풍류로운 이름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명주들을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운좋게 다 만나보았다

 

재작년에는 난정(蘭丁)*이 가져온 해지람을

시수헌*에서 단 둘이 바닥낸 적이 있고

작년 여름에는 내게 들어온 천지람으로

도봉산 계곡에서 소인(騷人)들의 흥을 돋운 바 있다

 

이런 내 술 얘기를 들은 어느 시인이

또 격조 높은 몽지람을 구해 보내왔기에

며칠 전 그 꿈의 쪽 술을 시수헌에 가져가

몇 시우들과 주회를 벌였는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시작한 그 술자리가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석양까지 이어졌다

몽지람이 바닥이 나자 진도 홍주까지 끌어들여

꿈의 쪽빛 바다에서 너울너울 출렁거렸다

 

여주들 봇미나리 다발로 져다

물 좋은 흑산 홍어 얼큰히 무쳐

몽지람 홀짝이며 생각하네

갯가로 가리 까짓껏 갯가로 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남쪽 갯가로*

 

세상이 온통 흔들리는 환한 쪽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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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정(蘭丁) : 홍해리 시인의 아호.

* 시수헌(詩壽軒) : 우리시회 사랑방.

* 졸시 홍어회의 한 구절을 변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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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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